나를 둘러싼 일상은 큰 변화가 없는데 당장 세상이 바뀔 것처럼 주위는 시끄럽다. 혁신적인 변화의 주류가 될런지 메타버스처럼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지 모르겠다. 그 정도 예측할 혜안을 가지지 못함이 아쉽다.
3d 분야도 AI로 인해 혼란스럽다. 그동안 잘 해오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존폐의 갈림길에 서있다. AI가 만들어 낸 것과 인간이 만들어낸 것 사이의 차이점을 찾느라 분주하다. 분노하며 AI의 결과물을 폄하하는 사람도 있고, AI를 활용하여 그동안 사용하던 본인의 기술과 융합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고, 세상이 변하든 말든 여전히 하던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사이에서 정답은 못찾겠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만드는게 재미있고 좋아서 시작했던 3d이기 때문에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의 중심은 여전히 '나'이다.
열정적인 얼리어답터 능력이 있다면 소프트웨어에 적용되는 새롭고 멋진 기술에 열광하며 행복을 느끼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능력은 없다. 무언가 만들고 싶어 3d를 배우기 시작했고, 바르게 사용하고 싶어 명령어를 공부하고 있지만, 필요 이상의 소프트웨어 지식을 쌓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언젠가 사용하겠지..' 와 같은 기대감에 압박을 받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원본 모델은 면들 사이가 각으로 러프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 마감 R을 주고 싶었다. 이웃하는 면들 사이의 각도가 다양해 R을 주었을 때 터질 것같은 불안감이 들었지만, 라이노3d 의 필릿(Fillet) 기능도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약간의 기대를 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R이 겹치는 부분은 겨우 정리가 되었는데 터진 곳이 여럿 나왔다.

저렇게 여러 모서리가 모이는 지점의 R은 항상 쉽지 않았다. 예전 라이노에서 처리하던 것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위 결과는 매우 좋게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저 상태로는 쓸 수 없다. 터진 것도 문제고, 여러 면이 겹치는 곳의 곡률도 제각각이다.

늘 하던대로 면 정리를 했다. 시간은 배 이상 걸리지만 결과는 만족한다. AI가 무엇을 편하게 해 준다면 이런 자투리 일부터 안하도록 해주었음 하는 바램이 있다. 한 두개라면 문제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상황이 너무 많이 생기면 솔직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감R 작업은 말그대로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과정이지만, 작업량과 노동강도에 비해 가시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다. 그렇다보니 안하기도 뭐하고, 하기도 뭐한.. 늘 고민스러운 주제이다. 라이노의 새 버전에서 이런 R 정리만 완벽하게 된다면 (그게 AI든 뭐든) 참 고맙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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